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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 : Daily Information

[ 포항 ] 해풍 국수 ; 제일국수공장

매년 여름만 되면 친구들과 포항 강사리를 찾는다.

구룡포 항구에서 차로 10분 정도 바닷길을 따라 달리면 도착하는 조그만 바닷가 시골마을이다. 이 곳에는 친구 할머니께서 혼자 살고 계신다. 6년동안 1년만 빠지고 꾸준히 포항 바다를 찾았다. 처음 친구들과 포항을 찾은 이후로 지금 우리의 모습은 제법 변해있다. 여섯명중 한 명은 서울로 삶의 터전을 옮겼고, 한 명은 아이를 낳았고, 두 명은 유부남이 되었고, 남은 두 명은...그냥 그 시간만큼 늙었다.

 

이렇게 매년 찾는 포항에서 집에갈때 꼭 들리는 곳이 있어서 기록하고자 한다. 면을 유독 좋아하는 입맛이라 그냥 

지나칠 수 없는 곳이 있는데, 바로 "해풍국수"이다. 바닷바람을 맞아 건조한 국수 정도로 생각하면 될 듯하다. 

뭔가 이름부터 시원하다. 다시국물을 내지 않고 물만 끓여 국수를 말아먹어도 바다의 깊은 맛이 날듯한 이름이다.ㅎㅎ 

가게 외관 모습은 이렇다

[가게 외관]


예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구룡포 시장 재단장하면서 조금 세련되게 바뀌었다. 저 아래 무심히 벽에 기댄 옛날 간판과 가게 문앞을 삐까뻔쩍 빛내는 간판이 이 가게의 역사와 지금의 시대를 말해주는 것 같다.

 

참고로, 여긴 국수를 먹는 곳이 아니라 국수 면을 만드는 곳이다. 처음 이곳을 찾아갔을때 국수 한 그릇 시원하게 먹을 마음으로 갔다가 낯선 풍경에 당황한 기억이 난다. 그 낯선 풍경이 바로 이런 모습이다.

 

이렇게 가게안으로 들어서면 마치 70년대의 공기를 느낄 수 있다. 집에서 엄마가 저녁 국수할거니깐 국수공장에서 

국수 사오라며 500원을 주면 손에 꼭 쥐고 심부름하러 온 기분이랄까... 저 할머니는 분명 저렇게 국수를 한 단 묶으면 

정확히 1,352면발을 쥐어 묶으리라... 

 

그리고 저 메뉴판을 보아라. 사장 기분에 따라 언제라도 찢어 국수 1개 만원 적어놓아도 그 누구에게도 의심 받지 

않을 디자인. 진정한 장사의 신이 아닐까...

이 번에는 국수 장인 할머니께 2개를 주문했다. 미처 사진을 못 찍었지만 주문한 국수는 신문지에 둘둘 말아 검은 봉지에 넣어주신다. 신문지에 이승만, 박정희 대통령 뉴스가 실려있어도 전~혀 이상하지 않을 포장이다. 

주문한 국수를 들고 가게를 나섰다. 이제 현실로 돌아왔다. 국수 한 단을 사면서 마치 70년대 우리 시장모습 VR 체험을 하는 기분이랄까. 이 가게가 언제까지 이 모습을 유지할지는 모르겠지만 이렇게 사진으로 나마 기록하여 다행스럽다.

 

http://naver.me/FOiPBPwN